[2025 공익활동가주간]내가 살고 싶은 삶을 직접 만드는 사람 - 사회적협동조합빠띠 오동운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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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고 싶은 삶을 직접 만드는 사람 
- 사회적협동조합빠띠 오동운 활동가



인터뷰를 시작하자 오동운 씨는 “갑자기 자기소개를 하려니 민망하다”며 웃었다. 하지만 자기 일을 설명할 때 이내 확신에 찬 목소리가 들렸다.


“온·오프라인 가리지 않고 사람들을 모으는 일을 한다고 보통 이야기해요.”


‘사회적협동조합 빠띠(이하 빠띠)’에서 5년째 활동 중인 그는 ‘디지털 시민 광장 빠띠’ 플랫폼에 모인 시민(빠띠즌)을 위한 커뮤니티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그에 앞서 시민들이 사회적 이슈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서비스를 기획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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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운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활동가/사진=신효진



“활동 3년 차쯤 되니 내 직무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어요. 나름의 정의를 내린 게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사람을 모으는 일을 한다는 것이었어요. 어떻게 하면 사람을 잘 모을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그때 필요한 방법을 찾고 실행하는 거죠. 사람을 모으기 위해 지금 커뮤니티가 필요하면 커뮤니티를 만들고, 마케팅이 필요하면 마케팅을 해보고, 서비스 기획이 필요하면 서비스 기획을 하는 식으로요. 영리기업이든 비영리단체든 모든 조직이 사람을 설득하는 일을 기본적으로 하잖아요. 비영리 영역에선 사회적 변화를 위한 동참을 요청하는 거고, 영리 영역에선 영업이나 마케팅으로 표현하는 방식의 차이일 뿐이죠.”


오동운 씨는 그동안의 커리어에 스스로 정체성을 부여하며 일의 의미를 정리했다. 직무라는 좁은 틀에 일의 가능성을 좁히기보다 확장된 가치와 역할을 부여하는 식으로 말이다. 



우연히 발견한 사회적경제


국어교육을 전공한 그가 시민사회에서 활동하게 된 건 우연이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선생님이 되고 싶었던 그는 “학교라는 공간이 너무 좋았다”고 회상한다.


“초등학교 때 수업 끝나고도 교실에 남아 친구들과 놀고 선생님과 이야기하곤 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저 때문에 선생님께서 퇴근을 제때 못하셨을 테니...죄송한 일이네요.” 선생님이 된다면 재밌게 일할 수 있을거라는 생각은 고등학생이 되자 좀 더 구체적인 목표가 됐다. 그리고 이왕이면 학생들이 최소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알려줄 수 있는, 길잡이가 되는 선생님이 되어야겠단 생각을 했다. 


목표한 학과에 들어간 그는 공교육이란 틀을 넘어 학교 밖 교육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런 관심은 점차 확장되어 자연스럽게 교육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사회변화까지 이어졌다.


“저는 현재 행복하게 지내고 있는데, 다른 친구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묻게 되더라고요. 모두가 행복하게 살 방법은 없을까 고민했는데, 책에서도,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도 대부분 현재의 경제적 구조에선 불가능하다고 했어요. 왜 불가능한지 알아보고 싶어서 경제학을 복수전공 했죠.”


그때 만난 키워드가 ‘사회적경제’였다. 주변에서는 사회적경제가 낯설고 모호한 분야로 받아들여졌지만, 그래서 오히려 스스로 자료를 찾아보며 파고들었다. 당시는 한창 사회적경제와 사회혁신이 정책의 핵심 과제로 다뤄지던 때였다. 대학별로 사회적경제 리더과정을 비학위로 운영하며 사회적 가치에 바탕한 경제 활동의 가능성을 청년들에게 알리며 소셜섹터로의 진입을 위한 초석을 마련했다. 오동운 씨는 당시 이화여대에서 진행한 사회적경제 리더과정에 참여해 사회적경제에 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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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운 씨는 다른 조직의 행사에도 자주 참여하며 사회 변화의 흐름을 읽으려 노력하고 있다./사진=본인 제공

 


흥미롭게도 빠띠에서 일하기 전까지 오동운 씨는 시민사회단체라는 말조차 들어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참여연대, 녹색연합 같은 곳들을 빠띠에서 일하면서 처음 알게 됐어요. 사회적경제, 사회적기업, 소셜벤처에 관심을 갖다가 비영리를 알게 된 셈이죠.”


빠띠에서 일을 시작했을 때 주변 반응은 엇갈렸다. 친한 친구들은 “잘 어울리는 것 같다”고 했지만, 여전히 “빠띠는 뭐 하는 곳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이었다. 가족들의 반응은 더 직접적이었다. “돈 다 벌고 나이 들어서 해도 되지 않을까? 지금은 다른 형태의 일을 하는 게 낫지 않을까?” 5년여가 지난 지금도 반응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아버지께서 시민사회 예산이 줄어든다는 뉴스를 가족 카톡방에 공유할 때가 있었어요. ‘힘드니까 다른 일을 찾아보는 게 어때’라는 의미인 것 같아요(웃음)” 



모든 것은 변할 수 있다


오동운 씨에게 일과 삶의 균형을 묻자 “섞여 있는 게 좋다”는 답이 돌아왔다. “저는 자연스럽게 일하고 또 생활하고 있어요. 만약 제가 영리기업에서 일했다고 해도 비슷했을 것 같아요. 직무 관련 스터디 모임을 한다거나 사이드 프로젝트를 한다거나 말이죠. 계속 뭔가를 고민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일과 삶의 경계를 딱딱 나눠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에게 현재 빠띠에서의 일은 재밌는 일이다. 이 일을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지 계속 생각하다 보니, 경계를 나눈다는 것은 오히려 자신에게 스트레스가 될지 모른다. 오동운 씨는 같이 이야기하고 싶은데 주말엔 연락하기 미안해 월요일 출근이 기다려질 때도 많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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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운 씨는 빠띠의 비전과 미션은 결국 자신의 비전, 미션과 같다고 말한다./사진=본인 제공



그는 빠띠의 ‘변화’에 대한 철학을 설명했다. “예를 들어, 기획안을 만들 때도 PDF 형태로 작성해 더는 바꿀 수 없는 것이 아니라 구글 문서로 작업해 누구나 수정할 수 있어요. 최종본이지만 수정할 수 있는 상태인 거죠.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필요한 게 있다면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러한 구조는 신뢰 기반의 조직 문화가 있기에 가능하다. 슬랙(클라우드 기반 팀 협업도구)을 이용하는 빠띠는 팀별로 채널을 이용하고 있지만 원한다면 팀별 채널에 들어가 문서를 볼 수 있다. 최대한 많은 정보를 구성원에게 공유하고 있다. 


일의 즐거움을 느끼는 그지만 회의감이 들 때도 있다. “대부분의 공익 활동가들과 비슷한 고민일 것 같아요. ‘정말 우리가 활동한다고 해서 사회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까?’ 시민참여를 통해 시민들의 이야기를 모아내는 작업을 하고 있지만, 때로는 국회의원의 한 마디나 정책으로 순식간에 상황이 바뀌거나 하잖아요. 그동안 노력하며 쌓아온 것들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리기도 하니까요.” 


더 어려운 건 시민참여 과정에서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에 대한 열린 태도를 견지하는 것이다. “모든 시민이 좋은 의도로 참여하는 건 아니에요. 내 주장만 하려고 모임에 참석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어떻게 이들과 함께 조율해나갈 수 있을까? 모두를 포용하지 않으면서 시민참여라고 할 수 있을까? 어느 제한된 선 안에서의 시민참여만을 내가 이야기하는 것은 아닐까? 그런 고민이 들어요.” 



연결하는 사람으로 살아가기


5년간의 활동을 통해 가장 크게 변한 점을 묻자 “사회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는 답이 나왔다. “이전에는 인지해야만 보였던 것들이 지금은 여러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보일 때가 있어요. 그럴 때 나도 활동가구나 싶죠. 또래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도 예전에는 무심코 지나쳤던 부분에서 깜짝 놀랄 때가 있죠. 단어 사용이라거나 주장하는 내용을 보면서 말이죠.”


그는 자신이 친구들과 다른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앞으로 그 차이가 점점 벌어질 거라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또래 대부분이 주어진 환경에서 적응하는 것에 우선시한다. 오동운 씨는 다른 길을 택했다. “저는 제가 원하는 사회를 직접 만드는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바라는 모습이 있고, 현재는 이를 이루기 위해 빠띠에서 일한다는 전략을 택한 거죠.” 


자신의 정체성을 묻자 ‘연결’이라는 답이 나왔다. “저는 매번 중간에 있는 느낌이에요. 진보적인 분들과 있을 때는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느낌을 받고, 또 보수적인 분들과 있을 때는 제가 진보적인 사람이구나 싶죠. IT업계 사람들과 있을 때는 일반인 같지만, 일반인들과 있을 때는 기술자 같이 느껴져요.” 경계에 걸쳐 있기에 그는 양쪽을 잇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양쪽의 언어를 알기에 서로가 느끼는 다름의 이유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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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띠 외에 다양한 활동을 병행하고 있는 오동운 씨는 <사회적협동조합 스페이스 작당>의 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서울 도봉구에서 열린 정치 페스티벌 ‘우리 정치 정상 영업합니다’의 현장 모습./사진=본인 제공



그에게는 빠띠 외에 또 다른 활동 무대가 있다. ‘사회적협동조합 스페이스 작당(이하 스페이스 작당)’이 그것이다. 오동운 씨는 스페이스 작당에서 이사로 활동하며 청년들이 사회변화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청년들을 위한 플랫폼이 되자, 일종의 비빌언덕이 되자는 것이 모토예요. 회비를 내는 회원이 50~60여 명 정도 되고, 매번 프로젝트를 통해 청년들이 직접 만들고 싶은 사회변화를 실현해보는 활동을 하고 있어요.”


그는 이런 활동들이 모두 연결되어 있다고 본다.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새로운 것을 계속 만나고, 보고, 경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양한 경험을 하고 있지만 결국 사람들이 서로 이야기하는 장을 만들고 있어요. 빠띠에서 하는 일과 스페이스 작당에서 하는 일이 그런 맥락에서 연결되는 것 같아요."


최근에는 기술에 특히 관심이 많다. “기술의 최전선에 있는 사람과 새로운 기술이 나오고 몇 년 뒤에 수용하는 사람 등 점차 격차가 벌어질 텐데, 적정기술이나 기술이 공익을 위해 쓰일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다양한 툴을 유료 결제해서 직접 사용해보면서 앞으로의 기술 발전과 사회변화를 어떻게 잘 가져갈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어요.”



10년 뒤에도 같은 말을 할 수 있을까?


요즘 가장 큰 고민은 지속가능성이다. “어떻게 하면 좀 더 지속가능하게 오랫동안 갈 수 있을까? 개인적인 일상도, 일도, 사회변화도 말이죠.”


오동운 씨는 소셜섹터에서 일하고 싶은 사람들을 만날 때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게 매번 즐겁게 일하는 그지만, 10년 뒤에도 같은 말을 할 수 있을지 스스로에게 묻곤 한다. 그래서 변화를 만드는 동시에 개인의 삶도 지속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기를 희망한다. 그래야 함께 일해보자는 이야기를 더 기꺼이 꺼낼 수 있기 때문이다. 


“소셜 섹터에서 일한다는 것은, 내가 원하는 사회의 모습을 직접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포인트예요. 거기에서 효능감을 느끼고 뿌듯함을 느끼고 지속가능하게 일할 수 있어요.”


하지만 이 영역이 더 많은 청년에게 알려지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조직들이 좀 더 솔직해졌으면 좋겠어요. 사회변화가 한 번에 이뤄질 순 없어요. 변화의 과정은 길고, 수많은 단계 중 우리 조직은 이제 막 첫걸음을 내디뎠을 뿐이라고 이야기한다면 어떨까요? 지금 당장 결과를 낼 순 없지만, 앞으로의 결과를 내기 위한 과정 중인 것이라고요. 그리고 조직의 일하는 방식이나 함께 일하는 사람의 성향 등 좀 더 친절하게 조직을 알리면 좋을 것 같아요. 서로 맞는지 알아보는 과정이 있다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요?” 


한편, 소셜 섹터에서 일하길 희망하는 이들에겐 네트워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스타트업도 공채로 사람을 채용하는 경우는 드물잖아요. 채용 과정에 들어가는 리소스나 리스크를 고려하면 지인 소개나 추천을 통해 사람을 찾게 되죠. 비영리 조직도 마찬가지예요. 관심 있는 조직이 있다면, 뉴스레터를 구독하고,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는 것은 물론 해당 조직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나 행사에 참여하는 것부터 시작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과정에서 네트워킹이 만들어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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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섹터에 관심 있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특강 중인 오동운 씨/사진=본인 제공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마지막으로 지금 가장 감사한 것을 묻자 “함께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최근에 빠띠 동료들과 농담으로 ‘같은 아파트의 층층마다 같이 살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해도 받아들이고 지지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너무 감사하고 소중해요.”


활동가로서의 삶이 개인적으로 어떤 의미인지 묻자, 그는 잠시 생각에 잠긴 후 이렇게 답했다. “내가 살고 싶은 삶을 직접 만드는 사람이에요.”


연결하는 사람, 사람을 모으는 사람으로서 그가 만들어가는 변화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그는 행복하다고 말한다.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새로운 것을 계속 만나고 보고 경험해야 해요. 그런 다양한 경험들이 결국 사회변화로 이어진다고 생각해요.”




인터뷰어 : 신효진
협동조합과 사회적경제를 공부하며 관련 콘텐츠를 만들고 있습니다. 관심 분야가 많아 이리저리 휩쓸리기도 하지만, 사회변화를 만드는 분들을 가까이에서 응원하며 변화의 씨앗을 퍼뜨리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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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공익활동가주간의 <활동가인터뷰 프로젝트>는 다양한 지역과 분야에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활동가들의 일과 삶 이야기를 듣고 인터뷰로 기록하는 활동을 지원합니다. 2025년에는 특별히 <광장을 만드는 활동가>를 기획인터뷰로 진행했으며, 공모를 통한 활동가 인터뷰 프로젝트도 더불어 운영했습니다.  활동가 인터뷰 프로젝트는 <아름다운재단>과 <지리산이음>이 함께 기획/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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